금융/주식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베팅한 개미들, 손실 눈덩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움직임에 투자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상품(ETP)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이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상품을 사고팔면서 확정된 손실만 2조3000억원을 웃돌았고, 아직 보유 중인 상품의 평가손실도 4조원에 육박했다. 특히 40대와 50대 투자자에게 손실이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와 판매 과정의 위험 고지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조국혁신당 김형연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업자를 통해 집계한 단일종목 ETP 개인투자자의 총손실은 상품 출시일인 5월 27일부터 8월 14일까지 6조313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매매 과정에서 손실이 확정된 금액은 2조3242억원이었다. 투자자가 상품을 매도해 실제 손실로 확정한 금액 외에도, 계속 보유하고 있는 상품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3조9888억원에 달했다.
매매손실은 상품을 거래하면서 확정된 손실을 의미하고, 평가손실은 상품을 아직 팔지 않은 상태에서 현재 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손실이다. 따라서 평가손실은 향후 주가와 상품 가격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만 기초자산 가격이 회복되지 않거나 추가로 하락할 경우 투자자들의 손실 부담이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자료 집계 이후에도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이어졌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부담이 지속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집계 기간 마지막 날인 8월 14일 코스피 지수는 6977.94를 기록했다. 이후 코스피는 9월 들어 6000선 중반에서 7000선 사이를 오갔고, 최근에는 다시 5000선 중반까지 내려왔다. 다만 이 같은 지수 움직임만으로 단일종목 ETP 투자자들의 추가 손실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할 수는 없다. 상품별 기초자산과 레버리지 구조, 매매 시점에 따라 손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와 50대의 손실 비중이 특히 컸다. 두 연령대의 손실을 합하면 3조9185억원으로 전체 손실의 62.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40대의 손실액은 2조530억원으로 전체의 32.5%에 달해 연령대별로 가장 많았다. 40대 투자자들은 매매손실 7120억원과 평가손실 1조3410억원을 기록했다. 매매손실과 평가손실 모두 전 연령대에서 가장 큰 규모였다.

거래에 참여한 계좌 수도 40대에서 가장 많았다. 해당 기간 실제 거래가 있었던 40대 계좌는 16만5200개로 집계됐다. 투자 참여 규모가 큰 데다 평가손실도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40대 투자자들이 이번 손실 집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50대의 손실액은 1조8655억원으로 전체의 29.6%를 기록했다. 이어 30대가 1조912억원으로 17.3%, 60대가 8059억원으로 12.8%를 차지했다. 40대와 50대의 손실을 합산하면 3조9185억원으로, 전체 손실의 절반을 훌쩍 넘는다. 연령대별 수치는 고위험 상품 투자에서 손실이 특정 연령층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증권사별로는 키움증권을 통해 거래한 개인투자자들의 손실 규모가 가장 컸다. 키움증권의 손실액은 1조2870억원으로 집계됐다. 미래에셋증권이 1조2576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두 증권사를 통한 손실을 합치면 2조5446억원으로 전체의 40.3%에 해당한다. 이어 삼성증권이 9994억원, NH투자증권이 8517억원, 한국투자증권이 5521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수치는 증권사별 거래를 통해 집계한 손실 규모로, 각 회사의 상품 판매가 손실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은 특정 주식의 가격 변동을 확대해 반영하도록 설계돼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투자자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익을 키울 수 있지만, 반대로 움직이면 손실도 커질 수 있다. 상품의 구조와 보유 기간, 시장 변동성에 따라 투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투자자는 상품 설명과 위험 요인을 충분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김형연 의원은 자산 형성과 노후 준비에 힘써야 할 40·50대에 손실이 집중된 현실을 무겁게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높은 수익 가능성은 강조하면서 손실 위험은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것은 아닌지 판매와 광고 실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상품을 출시하는 과정에서 투자자가 상품 구조와 위험을 제대로 이해한 뒤 투자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감독과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놨다.
이번 집계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높은 수익 가능성만큼이나 손실 위험도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특히 아직 매도하지 않은 상품에서 발생한 평가손실이 상당한 규모인 만큼 향후 기초자산 가격과 상품 가치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의 손익은 달라질 수 있다. 금융당국의 감독과 함께 투자자 스스로 상품 구조와 위험 수준을 이해하고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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